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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자연생태관(*2023년 열린관광지) - 차량 25분, 12km – 테미오래(옛 충청남도 관사촌) - 차량 3분, 754m – 대전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사) - 차량 6분, 852m – 성심당과 으능정이문화의거리
대전의 여행은 눈으로 보기보다 감각에 기대어 흐른다. 바람의 결, 빛의 온도, 오래된 건물 벽에 손끝으로 닿는 질감, 그리고 도시를 가득 채우는 고소한 빵 향기까지—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길잡이가 된다. 걷기 편한 동선과 친절한 안내가 촘촘히 마련된 대전의 열린 여행지는 시각의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물가의 고요함과 오래된 시간의 숨결, 활기찬 골목의 리듬이 한데 어우러지는 이 도시에서 여행은 ‘보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으로 완성된다.
대전광역시와 충북 충주, 옥천, 보은에 걸친 대청호는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며 생긴 인공호수다. 대전을 비롯한 주변 도시에 식수 등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대청호는 저수량이 약 15억 톤으로, 소양호와 충주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대청호는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전국적 생태관광의 명소로 떠올랐다. ‘사람과 산과 물이 만나는 곳’이라는 슬로건 아래 조성한 생태관광지 ‘대청호 오백리길’이 그 중심에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내륙의 바다 같은 호숫가를 따라 은빛 갈대가 춤추고, 파란 하늘에 떠가는 구름이 옥빛 호수에 내려앉아 황홀경을 풀어놓는다.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가족 모두가 쉽게 산책할 수 있는 무장애 데크길을 조성한 대청호 명상정원 코스가 최근 인기 절정이다.
대청호 생태관광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2023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열린관광지인 ‘대청호자연생태관’이다. 대청호 주변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의 자연생태와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세운 전시관으로, 대전광역시 동구 추동의 대청호반에 있다. 전시관 밖 정원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대청호 일대에 서식하는 초본류를 살펴볼 수 있는 생태연못과 야생화단지가 흡사 식물원을 방불케 하며, 매해 초여름이면 장미정원을 중심으로 열리는 〈대청호 장미전시회〉로 인산인해다. 정원 한쪽의 작은 동물원에서는 금계, 은계, 청계 등 예쁜 동물이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2025년 1월 대청호자연생태관은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2024년 하반기에 실시한 스마트화 사업의 일환으로 첨단 기술을 반영한 체험형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낡은 전시물을 모두 철거하고 안개 폭포와 사계 산책로를 조성한 대청호 비밀의 호숫가, 몰입형 실감영상관, 포토존 등이 2층 자연영상관에 들어선다. 3층 미디어생태관에서는 플랜테리어와 AR 태블릿을 통해 하늘다람쥐, 감돌고기, 이끼도롱뇽을 관찰하고 관련 정보를 탐색하며, 대청호의 멸종위기종 관련 놀이를 통해 자연보전의 중요성을 깨닫는 라이브 스케치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곳곳에 장애인 주차장과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생태관광을 즐길 수 있다.
테미오래? 이 아리송한 단어는 시민 공모를 통해 선정한 옛 충청남도 관사촌의 명칭이다. ‘테미’가 대전의 옛 이름이고, ‘오래’는 골목에 대문을 마주한 집이 몇 채 있는 작은 마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 공주에 있던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옮겨오면서 도청사도 함께 신축됐다.
1970년대에 들어 관사 몇 채를 추가로 지었기에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다양한 건축양식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80년 동안 사용한 충청남도 관사촌은 2012년 충남도청이 내포 신도시로 이전하며 폐쇄됐다가 2019년 4월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힐링공간으로 돌아왔다.
충청남도 관사촌은 철도 관사촌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하나뿐인 행정관사촌이다. 가장 넓고 큰 도지사공관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9개의 관사 건물이 골목 하나에 포도송이처럼 이어진다. 도지사공관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길에 나선 이승만 대통령이 잠시 머물기도 했던 곳이다. 2호관사에서는 우리나라 놀이의 역사와 시대별 변천사를 알아보며 체험도 할 수 있고, 5호관사에서는 옛 충청남도 고위 공무원의 주거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6호관사는 갤러리로 운영하는 등 관사별로 다양한 전시와 체험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봄과 가을에는 다양한 공연과 함께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한 축제가 펼쳐진다. 또 도지사공관과 1호, 2호, 5호, 6호관사를 둘러보며 스탬프를 모아 7호관사인 테미살롱에서 기념품을 수령하는 ‘테미오래 스탬프 투어’도 참여할 수 있어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아쉽게도 2024년 12월 현재 도지사공관과 1호, 2호, 6호관사는 문화재 보수공사 중이어서 완공 전까지는 관람이 어렵다. 5호, 7호, 9호관사는 정상적으로 운영한다. 관사는 오래된 건물이라 입구에 단차가 있어 휠체어나 유아차 진입은 어렵지만, 외부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며 걷는 것만으로도 근현대 건축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한반도의 중앙에 자리한 대전은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이자 교통의 중심지다. 또한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한 대한민국 최대이자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과학 연구도시다. 그리고 정부대전청사와 다수의 국가기관 본사가 자리한 행정도시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신 중심도시로 성장한 대전이지만 그 역사는 겨우 100년을 헤아린다.
넓고 황량한 논밭이어서 ‘한밭’이라고 불리던 대전은 1905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고, 1914년 호남선 철도가 놓이며 근대도시의 면모를 갖춰갔다. 즉, 철도로 인해 생긴 도시가 대전이다. 1932년 공주에 있던 충남도청사가 새 청사를 짓고 대전으로 옮겨왔다. 이를 전후로 대전의 인구는 급증했고 은행, 경찰서, 병원 등 주요 기관이 신설되거나 이주했다. 지금의 대전 중앙로가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도 이즈음부터다.
신축된 충남도청사는 대전이 잠시 임시수도가 됐던 한국전쟁 중에는 임시 중앙청과 전방지휘사령부로 사용하는 등 충청남도 행정 중심지로 기능했다. 그리고 2012년 12월, 충남도청이 내포 신도시로 이전하면서 현재는 대전시립박물관의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활용 중이다. 20세기 초부터 최근까지 100년쯤 되는 대전의 역사와 발전상을 살펴볼 수 있다. 역사에 더해 도시건축, 디자인, 대중문화사 등 여러 분야의 특별기획전도 열린다. 또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등 열린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옛 충남도청사는 대전에 현존하는 근대 관청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거의 100년을 내다본다. 80년 동안 도청사로서 우리나라 격동의 시간을 고스란히 지나온 이 건물은 시대의 상징과도 같다. 1930년대 모더니즘 양식을 충실히 반영하고 원형을 잘 보존한 덕분에 영화 〈변호인〉과 〈서울의 봄〉,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 등 근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의 촬영지가 됐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은 장애인 주차장을 비롯해 출입구까지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으며, 내부는 복도가 넓고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평탄하게 조성되어 있어 휠체어나 유아차 이용객도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다.
지금 대전은 ‘빵빵한 도시’로 통한다. 대전의 자랑이자 빵 마니아의 성지인 ‘성심당(聖心堂)’ 때문이다. 사람들이 우리나라 3대 빵집, 5대 빵집을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곳이 성심당이다. 전국적 명성을 떨치는 성심당을 찾기 위해 대전을 방문하는 이가 적지 않다. 여행을 갔다가 그 지역의 빵집을 들르는 것이 아니라, 빵을 사러 성심당에 왔다가 이왕 시간과 돈을 들인 김에 대전의 주변 관광지와 맛집도 찾아 들르는 것이다. 이러한 ‘빵의 경제학’이 성심당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열풍을 일으킨 ‘빵지순례’라는 말도 성심당 때문에 생겨났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으로 시작한 성심당은 2024년 창업 68주년을 맞았다. ‘당일 생산한 빵은 당일 소진한다’는 원칙을 창업 후 지금까지 고수한다. 판매 후 남은 빵은 기부하거나 대전 빵 축제를 후원하는 등 나눔 경영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한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하는 ‘2024년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기도 했다.
튀김소보로와 판타롱부추빵은 성심당의 대표 메뉴다. 생딸기와 망고를 각각 아낌없이 넣어 만든 케이크 딸기시루와 망고시루는 오랜 시간 줄을 서야만 살 수 있다. 생과일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도 이 케이크는 과일로 탑을 쌓는다. 성심당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매해 폭발적 인기다. SNS에 성심당 대표 케이크인 딸기시루를 구매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오픈런’을 했다는 누리꾼의 인증 게시물은 흔하다.
최고의 훌륭한 빵을 팔면서도 가격이 너무 착하다. 먹고 싶은 빵을 쟁반 가득 골라 담아도 30,000원을 넘기기가 어렵다.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도 빵값만큼은 누구나 부담 없이 사 먹을 만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대전역이나 대전 지하철 중앙로역 근처를 돌아다니는 사람 대부분이 성심당 빵 가방 한두 개씩은 들고 있다. 하나같이 전리품을 쥔 승리자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이라 재미있다.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몇만 원으로 저만큼의 행복한 표정을 살 수 있는 성심당, 행복의 성지다.
성심당은 오랫동안 ‘으능정이문화의거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옛날 이곳 마을에 은행나무 정자가 있어 ‘으능정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대전의 명동으로, 초대형 LED 영상 아케이드 구조물인 스카이로드가 멋지다.
대청호자연생태관→성심당과 으능정이문화의거리
첫째 날 : 대청호자연생태관→테미오래(옛 충청남도 관사촌)
둘째 날 : 대전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사)→성심당과 으능정이문화의거리
▪ 주소 : 대전 동구 천개동로 41
▪ 문의 : 042)251-4781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설날 및 추석 당일
▪ 이용시간 : 09:00~18:00
▪ 이용요금 : 무료
▪ 무장애 편의정보
- 대부분 평지, 경사로 설치, 전층 운행 엘리베이터, 무장애 산책로 (생태관 정원)
- 생태관 외부 및 내부 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 2면)
- 층마다 장애인 화장실
- 수유실 (생태관 1층)
- 휠체어 및 유아차 대여 (생태관 1층)
- 촉지‧음성종관광안내판, 작은동물원, 생태계 촉각전시물 등
▪ 주소 : 대전 중구 보문로205번길 13 일원(대흥동)
▪ 문의 : 042)335-5701~4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 이용시간 : 10:00~17:00(16:30 입장 마감)
▪ 이용요금 : 무료
▪ 무장애 편의정보
- 대부분 평지 (관사 내부 휠체어 및 유아차 진입 어려움, 동행자 도움 필요)
- 테미오래 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 2면)
- 장애인 화장실 없음
▪ 주소 : 대전 중구 중앙로 101(옛 충남도청사 본관 1층)
▪ 문의 : 042)270-4536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 이용시간 : 11월~2월 10:00~18:00, 3월~10월 10:00~19:00
▪ 이용요금 : 무료
▪ 무장애 편의정보
- 대부분 평지, 경사로 설치, 엘리베이터 설치
- 전시관 건물 앞뒤 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 6면)
- 장애인 화장실 (전시관 1층, 2층)
- 촉지‧음성종관광안내판 등
▪ 주소 : 대전 중구 대종로480번길 15
▪ 문의 : 1588-8069
▪ 휴무일 : 연중무휴
▪ 이용시간 : 08:00~22:00
▪ 이용요금 : 무료
▪ 무장애 편의정보
- 대부분 평지
- 정오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 2면 이상)
-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장애인 화장실 이용
- 수유실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 주소 : 대전 서구 대덕대로 370 2층
▪ 문의 : 042)488-6951
▪ 이용시간 : 11:40~ 21:00 (15:00~ 17:00 브레이크 타임)
▪ 대표메뉴 : 떡갈비정식(연잎밥), 보리굴비정식(연잎밥), 대나무코스(연잎밥)
▪ 무장애 편의정보
- 주출입구 단차 없음, 엘리베이터 설치, 입식테이블
- 전용 주차장은 있으나 장애인 주차장은 없음
- 장애인 화장실 없음
- 아기의자 5개
※ 위 정보는 2024년에 작성한 것으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전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글&사진 : 이승태(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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